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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심부전 명의들 ‘왕복 200km’ 서산까지 간 까닭은?
  • 정윤희 기자
  • 등록 2020-10-14 11:32:28
  • 수정 2020-10-14 11: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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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의사 없어 어려운 서산의료원에 의료진 파견
  • 주 2회 진료 소식에 환자들 “몇 년 만에 진료 보러 왔어요”

혈압 측정하는 한성우 교수 

148만 주민이 거주하는 충남 서산·태안 지역은 지역 특성상 고령층이 많아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심장판막증 등 심혈관질환 환자 비중이 높다. 그러나 지역 유일의 공공병원인 서산의료원(원장 김영완)은 순환기내과 의사가 없어 심혈관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치료받으려면 서울이나 대도시 병원까지 가야만 했다. 꼭 심혈관질환이 아니어도 순환기내과 의사가 시행하는 심장검사가 많아 서산의료원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병원장 이성호)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산의료원과 협약을 맺고 순환기내과 교수 2명을 파견해 일주일에 두 번씩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국내 심부전 명의로 꼽히는 전 병원장 순환기내과 유규형 교수, 현 진료부원장인 한성우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두 교수는 월요일과 목요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왕복 200km 서산의료원까지 직접 내려가 진료를 본다. 진료가 있는 날엔 새벽 6시에 출근해 담당환자들의 상태를 살핀 뒤 오전 7시에 병원 차량으로 서산의료원까지 이동한다. 도착한 뒤에는 이곳 의료진들과 오전 8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두 교수의 진료가 있는 날이면 많은 환자들이 몰린다. 의사가 없어 멀리 다른 지역 병원까지 찾아가 진료를 보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있던 환자들은 가까운 서산의료원에서 심혈관질환 진료를 볼 수 있게 됐다. 한성우 교수 진료실을 찾은 한 환자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오래된 처방전을 꺼내며 “의사가 왔다는 말을 듣고 몇 년 만에 진료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안면도에 사는 A씨(63세·男)는 최근 심장이 안 좋아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병원에 왔다. 진료결과 협심증이 의심돼 정밀진단을 받게 됐다. 그는 “전립선비대증으로 먹는 약 때문에 나타난 별거 아닌 증상으로 생각했었는데 협심증일 수도 있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며 “가까운 곳에 진료를 봐주실 의사가 있어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B씨(61세·男)도 한 달 전 심방세동으로 인한 빈맥으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뒤 이곳에서 진료와 약 처방을 받고 있다. 그는 “전에는 약을 타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해 진료를 볼 엄두가 안 났는데 서산까지 내려와 진료를 보는 의사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장초음파 검사중인 한성우 교수

두 교수는 하루 평균 40명 이상 환자를 진료하는데, 대부분 처음 진료를 보는 환자여서 환자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유규형 교수는 “심장초음파 등 여러 검사들을 해야 하기에 보통 환자들보다 3, 4배 시간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100명 이상 환자를 보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몰리는 날이 많아 종료시간을 넘긴 저녁 7시까지도 진료가 이어질 때가 많다. 한성우 교수는 “하루 3시간 이상 차로 이동하고, 많은 환자들을 보느라 한번 다녀오면 녹초가 된다”면서도 “환자들로부터 ‘제발 계속 머물러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몸은 힘들지만 의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도 진료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파견 진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성과도 내고 있다. 서산의료원에서는 주 1회 가량 급성관상동맥질환 등으로 긴급한 시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는데, 즉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으로 전원해 귀한 생명을 구하고 있다. 또 시술받은 뒤에는 서산의료원에서 외래진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과관찰을 받을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크다. 


이성호 병원장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역 거점 대학병원으로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료기반이 열악한 지역에 본원의 우수 의료서비스와 신속한 응급전원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더 많은 국민들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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